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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일상

수고했어, BMC.

by opellious 2025. 6.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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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나의 BMC RM01"

바쁜 일상 속에서
몇 년을 그저 서 있기만 했던,
2013년식 BMC RM01.

 

 

갑작스러운 건강 악화.
바로 이어진 휴직.
그리고 건강한 나를 되찾기 위한 결심.
서울에서 부산까지, 랜도넌스를 준비하며,
지난 3주간 나와 자전거 모두,
하루 하루를 열심히 닦고 조이며
정신없이 달려왔다.

그 덕분인지,
조금씩 컨디션도 올라오고
무언가를 극복하고 있다는 기분도 들었다.

하지만,
준비는 예상치 못한 이유로 멈추게 되었다. 

 

사이클 오버홀은 언제나 힘들다.

 

시작은 안장이었다.


오랜 휴식기로 잃어버린 유연성과 코어 근력.
기존에 쓰던 안장은 도저히 감당이 안 되었다.
게다가 랜도넌스를 뛸 안장으로는
도무지 적합하지 않아 보였고.

 

피직 아리오네 00블레이드. 최상급 카본 레일 안장이다.

 

그러던 중,
최상급 3D 프린팅 카본 안장이
좋은 가격에 매물로 나와
망설임 없이 구매했다.

처음 앉았을 때 느낌은…

‘푹신할 줄 알았는데, 딱딱하네?’
‘오... 힘 전달은 진짜 잘 되는데?’

하지만 문제는 가격이었다.
나에겐 너무 고가였고,
시장에서는 가격이 빠르게 떨어지고 있었으며,
내구성조차 검증되지 않은 구조였다.

문득 드는 생각.

“12년 된 BMC에 이 고급 안장은 좀… 과한가?”
“10년 넘은 아반떼에 알칸타라 리무진 시트를 얹는 기분이랄까…”

 

게다가 비싼 안장이
꼭 나랑 잘 맞는다는 보장도 없고.

그래서 결국 방출 결정.
그리고 새로운 안장을 찾아 나섰다.

 

 
피직 벤토 00 어댑티브 3D. 역시 최상급 3D 안장.

 

 

그러던 중 알게 된 또 다른 3D 프린팅 안장.
상태 좋은 매물이 의정부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장거리 연습 삼아 다녀오기로 했다.

그게…
BMC RM01과의 마지막 라이딩이 되었다.

 

피직 안타레스 버셔스 에보 00 어댑티브. 다른 타입의 최상급 3D 안장.

 

왕복 약 91km.

어쩐지 평소보다 자전거가 무겁고
반응도 둔한 느낌이 들었지만,
내 몸 상태 탓이라 생각하며 꾹 참고 달렸다. 

다음 날,
몸도 피곤하고 안장통도 남아
가볍게 헬스장에서 몸을 풀기로 했다.

집에서 헬스장까지는 2km.
걷기 귀찮아 자전거를 또 타기로 했다.

그날도 BMC RM01은 이상하리만큼 무거웠다.
그래도 여전히 내 몸 상태 탓이라 믿었다.

 

BMC RM01과 함께한 마지막 한강 라이딩 코스 (상일동 ↔ 의정부)

 

하지만…

운동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집 앞에서 자전거는
'드드득' 하는 굉음을 내며
그 자리에서 부서졌다.

 

휘어진 헹어, 파손된 드레일러, BMC 프레임 크랙.

 

 

급히 장동연 대표님께 연락드렸고,
수리 가능 여부를 문의했다.

하지만 예상보다 수리비가 높았고,
카본 프레임의 특성상
안전 문제까지 고려해야 했다.

12년을 함께한 친구.
앞으로도 10년은 더 탈 생각이었지만,
고민 끝에 결국… 수리를 포기했다.

항상 웃으며 말하곤 했었다.

“얘는 부서질 때까지 탈 거야~”

그 말이,
현실이 되어버렸다.

풀리 케이지 절상, BMC 드레일러 파손된 모습

 

허탈했다.
공허했다.
하지만 길게 고민할 필요는 없었다.

살릴 수 있는 부속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멀쩡한 것들이 많았고,
새것 같은 부속들도 꽤 있었다.

최악의 프레임 크랙, BMC 체인스테이 크랙.

 

 

BB, 페달 같은 자잘한 부속까지.
하나하나 세척하며 정리했다.

그렇게 마지막 정리를 끝낸 그날 밤.
뜻밖의 연락이 왔다.

 
더 이상 운행이 불가능 해진 BMC RM01

 

프레임과 부속 전부를
매입하고 싶다는 외국인.

“최대한 수리해서 계속 타겠다”는 그 말에,
나는 예정된 거래들을 취소하고,
좀 더 저렴하게 넘기기로 했다.

분해 후 단 12시간 만에
새 주인을 만난 BMC RM01.

이제 정말, 안녕이다.

 
BMC RM01 프레임 셋

 

울테그라 R8000 크랭크, 크랭크암 (500km 탄 새 것)

 

 

 
듀라에이스 R9000 앞 드레일러

 

 
듀라에이스 R9000 쉬프터

 

 
듀라에이스 R9000 브레이크암
 
 
 

그동안 정말 수고 많았어.
고맙다.
내 소중한 친구.

그곳에 가서도
나보다 더한 추억들을,
새 주인과 오래오래 만들어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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