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처음 탔던 그 봄부터"
벌써 16년이 흘렀다.
성인이 되고,
자전거를 처음 타게 된 건,
많은 사람들처럼 나도
단순히 운동 삼아 시작했던 것 같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2010년 3월.
꽃이 피기 시작하던 봄이었다.
그때 처음 샀던 자전거는
알톤 썸탈이라는 하이브리드 모델이었는데,
조립을 제대로 못해서
한강 자전거도로에서 핸들바가 휙 돌아가는 바람에
한참을 고생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배송 중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바퀴는 굴렁쇠처럼 좌우로 흔들렸고,
브레이크에 계속 닿아서 끼익거리는 소리를
참아가며 그냥 탔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걸 묵묵히 버티고 탔던 내가 참 대단하다.
스스로에게 셀프 토닥토닥. 진짜로.
그때 나는 강동구 성내동에서
금천구 가산동까지 자전거로 출퇴근을 했다.
그게 내 자전거 라이프의 시작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2012년 가을쯤이었나.
좀 더 빠르고 경쾌한 라이딩을 해보고 싶어서
자이언트 TCR 0 모델을 할인받아 구매했다.
울테그라와 105가 섞여 있던 구동계 구성.
당시에는 그 구성도 꽤 좋았고,
무엇보다 이 자전거가
내게 ‘사이클’이라는 새로운 세계의 문을
정식으로 열어준 친구였다.

2013년이었을까...
당시 전 여자친구와 이별을 하고,
괜히 홧김에 자이언트 TCR 0을 내다 팔아버렸다.
실은 많이 타보지도 못한 자전거였는데 말이다.
그리고 그 감정의 여운 속에서
새 자전거를 들이기로 했다.
그렇게 내 손에 들어온 게,
바로 BMC RM01이었다.
영롱했던 BMC RM01.
풀카본에 풀 울테그라 세팅.
그 시절엔 정말 꿈의 조합이었다.
무려 12개월 무이자 할부까지…
그 당시엔 꽤 파격적인 조건이었는데,
막상 결제하고 나니 현실감이 밀려오더라.
OTL...
휠을 제외하고도
총 금액은 대략 500만 원쯤 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도 큰맘 먹고 지른 셈이다.
RM01은 01 모델 특성상
당시 BMC의 최상급 프레임이었고,
성능적으로도 부족함이 없었다.
그래서 더 애착이 컸고,
그만큼 추억도 많이 담긴 자전거였다.
한 번은 전 여친과 능내역 근처로
라이딩을 가기로 했는데...
정작 앞바퀴를 두고 온 걸 그 현장에서야 깨달았다.
결국 어쩔 수 없이 휠셋을
DT Swiss 1650으로 교체하게 됐는데,
지금은 웃으며 얘기할 수 있는 에피소드 중 하나다.
그 자전거 덕분에 알게 된 한 지인과는
벌써 10년이 넘게 연락을 이어오고 있다.
자전거가 맺어준 인연들이
지금도 내게는 참 소중하다.
그 시절 나는
7~8개쯤 되는 자전거 동호회에 가입해서
활발히 활동했었다.
결혼 전까지는 정말,
자전거 라이프의 정점을 찍던 시기였다.
그리고 자전거 하면 빠질 수 없는 이야기.
바로 "휠"이다.
지금 돌이켜보면,
RM01에만 7년간 썼던 휠이
스무 개는 넘는 것 같다.
당시 ‘알루 3대장’이라 불리던
듀라에이스 C24, 샤말 울트라, 펠레제.
세 가지 다 써봤고,
상급이라 불리던
HED 아르덴느+나 마빅 시리움 엑잘리스도
몇 달씩 경험해봤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미들림 휠 특유의 데칼 감성과
주행 성능에 매료됐고,
그렇게 이스턴 EC90을 시작으로
결국은 우렁찬 라쳇 소리가 매력적이었던
ZIPP 404 V2까지 가게 되었다.

생각해보면
나는 유독 마빅 휠을 참 많이 애용했던 것 같다.
가성비 괜찮았던 악시움부터
시리움 엑잘리스, 코스믹 40C,
그리고 시리움 프로 카본 SL까지...
정말 줄줄이 썼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냥 마빅 덕후였던 게 분명하다.
무슨 휠만 보면 마빅 로고부터 찾았으니까.
게다가 마빅 휠들은 진짜 튼튼했다.
한 번 세팅하면 관리도 편하고,
라이딩 중에 큰 걱정 없이 탈 수 있었던 게
가장 큰 장점이었다.
근데 솔직히 말해서…
당시 그 휠들 가격을 다 합치면…?
전 여친한테 걸렸으면
진짜 바로 뒤졌을지도 모른다.
(그 돈이 어디서 났는지는 나만 안다…)

그중에서도 마빅 코스믹 40C는
내가 써본 휠 중 가장 고장 없이,
묵묵히 제 역할을 다해준 단 하나의 휠이었다.
정리하자면,
내가 써본 휠들 중에서 알루 휠은 샤말이
가장 내 스타일과 잘 맞았고,
미들림 휠 중에서는 단연 ZIPP 404가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ZIPP은 말이지…
체중이 언더더 100kg인 나처럼
힘 세고 오래도록 '뚱뚱했던 로뚱'에게는
강성과 내구성 면에서 최악이었다.
부러뜨린 스포크만 10개는 족히 넘고,
트루잉은 거의 매주 받아야 했을 정도로
스포크가 자주 풀렸다.
게다가 튜블러 방식이라
심심하면 펑크 나고,
타이어에서 실란트는 줄줄 새고…
말 그대로 고생문이 활짝 열렸다.
결국엔 튼튼한 마빅 휠에
클린처 타이어 조합이 내겐 가장 현실적이고,
스트레스 적은 세팅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자전거로 맺은 소중한 인연들"
자전거는 단순히 '운동'이나 '취미'를 넘어
정말 많은 인연을 만들어줬다.
- 자전거 교육계의 원탑, 이미란 원장님
- K-velo의 브라운님, 그리고 함께 브랜드를 만든 세일형
- 언제나 의지가 되는 큰 형, 광효형
- 현역 별바지 경륜선수 진우 형님
- '빛나리 코치'로 불리는 쭌이형
- 큰누나 같은 존재, 선아 누님
- 바이클로의 순재형,
- 머니투데이 박정웅 기자님
- 튠업바이시클의 장동연 사장님
- 40192 벨로만의 강환춘 사장님
- 프로사이클 김동환 대표님,
- 그리고 전 바이클로 대표였던 유정엽 대표님
다 쓰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분들과
오랜 시간 라이딩하며
정도 많이 쌓고,
이젠 정말 가족처럼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특별한 경험도 있었다.
벨기에 프랑수아 봉땅 대사님과
서울 ↔ 부산 라이딩을 함께했던 추억.
그 인연으로 대사관저에 초대받아
함께 식사를 나누기도 했다.
그때 느꼈다.
‘자전거가 아니었으면,
내 인생에 절대 없었을 장면들이다.’

그리고 또 하나 기억에 남는 인연.
미국 스티븐스 전 대사님과
프로사이클 김동환 대표님 일행과 함께
양평으로 자전거 여행을 다녀온 적도 있다.
그날은 날씨도, 공기도, 분위기도
모든 게 딱 좋았던 날이었다.
정치도, 비즈니스도 아닌
오로지 ‘자전거’ 하나로 이어진
그 조용하고 소중했던 시간은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난다.


"자전거는 나에게, ‘소중함’ 그 자체"
한창일 땐 1년에 2만km 이상을 달렸다.
부산은 벌써 다섯 번,
일본도 두 차례나 자전거로 다녀왔고,
다이센산 정상도 올랐으며,
전국 팔도 안 가본 곳이 없을 정도로
정말 많은 길을 달렸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 중 하나는
전 여친을 모시고 떠났던
옥천 향수 100리길 라이딩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말 그대로
‘회장님 모시듯’ 내가 밀어드렸던 기억이 난다.
페달을 밟으면 더 힘들다고 해서
그냥 발 떼고 있으라고 했던… 그런 날.
(지금 생각해도 진짜 정성 가득했던 나다…)
힘들어도, 아파도,
자전거 위에 있을 때만큼은
세상 어떤 것보다
자유롭고, 행복했던 것 같다.
지금도
허리가 아프고, 목이 뻐근하고,
마음이 울적하고 답답할 때면
나는 여전히 자전거를 찾는다.
예전처럼
하루에 100km, 200km를 달리진 못하지만,
이젠 주 100~200km라도 꾸준히
페달을 돌리려고 노력 중이다.
자전거는 지금도
나를 다시 숨 쉬게 해주는 존재다.
가장 든든한 친구이고,
가장 소중한 일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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